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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원료로 잘 알려진 카카오가 최근 제주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만점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카오와 제주도, 다시 봐도 낯선 조합이다.

중남미를 대표하는 열매이자 고대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마야 문명의 오랜 역사가 깃든 카카오가 어떻게 제주의 로컬푸드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

제주의 작은 마을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카카오 전문점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는 김정아, 이인욱 부부는 지역과의 상생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말한다.

질 좋은 카카오를 과테말라에서 직접 공수해 제주산 농산물과 결합한 상품을 소개하며 새로운 로컬푸드를 만들어낸 김정아 대표를 만나 카카오패밀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카카오를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저희 부부는 원래 은퇴하신 시부모님을 따라 과테말라에 거주하다 멕시코로 넘어가 원주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저는 플루트를 전공해서 음악 선생님, 남편은 중국어와 컴퓨터 선생님이었죠. 동시에 멕시코의 기아 대책을 강구하는 한국 NGO 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는데요. 남편은 아이들을 가르칠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공정무역 커피 담당자 활동까지 병행하게 됐어요.

그렇게 남편이 커피 산지와 농가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니까 당시 원주민들이 저희에게 카카오 사업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고요. 산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위쪽은 커피 산지, 아래쪽은 카카오 산지로 구분되기 때문에 커피 사업을 하면 카카오도 쉽게 접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카카오를 알게 되었어요.

산지에서 맛본 카카오의 맛은 어땠나요?

당시에는 카카오 하면 초콜릿만 떠올리다 보니, 그저 달 줄 알았어요. 실제로 열매 안에 있는 과육은 정말 달아요. 하지만 카카오 콩(Cacao Bean)은 굉장히 씁쓸하고 식감도 거칠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런데 카카오를 발효해서 먹어보니 특유의 향과 중독성 있는 맛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또 현지 사람들이 카카오 열매를 밥에 뿌려 먹고 물에 끓여 먹는 모습을 보면서 섭취 방법이 다양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한국에서 카카오 전문점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멕시코에 있을 때 아이들 간식으로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주곤 했어요. 5남매를 키우다 보니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았거든요. 현지의 좋은 카카오를 사용해 초콜릿을 만들어주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다른 첨가물은 일체 넣지 않아 건강하게 먹을 수도 있고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 전문점을 열게 됐어요.

카카오패밀리는 카카오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저와 제 남편은 카카오패밀리를 소개할 때 늘 카카오에 대한 기술과 컨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이라고 설명해요. 사람들은 흔히 카카오 하면 초콜릿을 떠올리는데, 사실 카카오를 제일 처음 먹었던 마야인들에게는 초콜릿의 재료가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였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나 물물교환을 위해 사용했던 화폐처럼요.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던 원주민들에게는 불공정한 무역 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 등으로 발생한 가슴 아픈 사연도 얽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마야 원주민들의 삶에 일부분이었던 카카오의 문화와 가치를 재해석하고 새롭게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제주의 농산물과 결합한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다른 대도시라면 사업을 더욱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주로 돌아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큰 도시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희가 제주에 터를 잡은 이유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어릴 적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해 쭉 제주에서 살았는데요. 결혼을 하면서 제주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니 제주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저처럼 돌아오는 청년 혹은 이주민들에게 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카카오를 제주 농산물과 결합할 생각을 하셨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카카오의 문화와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 카카오패밀리를 열게 됐지만, 무작정 카카오에 어떤 이야기가 있다고 알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카카오를 활용해 지역에 맞는 먹거리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게끔 해야 했죠.

카카오패밀리는 상품을 개발할 때, 제주의 농산물을 결합해 기존에 없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제주산 재료들로 상품을 만들어 소비되게끔 하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말이죠.

꼭 제주 지역의 ‘농산물’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1차 생산자들과 연합해야 진정한 6차 산업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제주로 돌아오는 청년들은 보통 부모님이 지역에서 농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 분들의 농산물을 사용해 먹거리를 만들면 고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지역 농민들의 자녀들이 돌아와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제주 농산물을 결합한 먹거리를 다른 방식으로도 전한다고 들었어요.

카카오패밀리에서는 ‘카밀라의 식탁’이라는 소셜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더욱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요. 카밀라의 식탁에서는 카카오와 제주 농산물을 결합해 만든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10가지 다채로운 음식을 2시간에 걸쳐 코스로 제공하거든요. 예를 들어 처음 나오는 스프는 제주의 당근과 무를 활용해 만드는 것처럼요. 이런 식으로 카밀라의 식탁을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먹거리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어요.

제주에는 카카오패밀리처럼 자리잡고자 하는 작은가게들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그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요?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저희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의 재료도 하나같이 다 좋다는 것이었어요. 이주한 사람들이나 되돌아온 사람 모두 제주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분들도 사업을 잘 모르다 보니,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업적인 도움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처음 제주에 매장을 열 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다양한 사업에 지원했는데, 큰 도움이 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겪었던 지원사업들을 조금씩 주변에 나누면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실제로 저희가 위치한 구좌읍을 비롯해 제주 동쪽 지역 CEO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요. 거기서 서로의 지식부터 각종 사업까지 활발하게 공유하면서 여러 작당을 하고 있어요.(웃음)

카카오패밀리는 앞으로 손님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카카오패밀리는 자연, 생각, 미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자연을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미래가 달라진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 가치는 저희 부부가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기 전 카카오와 커피에 대한 직업 교육을 하기 위해 만든 ‘바람공장’에서부터 시작됐죠.

지금도 저희가 가진 이 가치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중이에요. 그냥 ‘맛있는 먹거리’가 아닌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공정무역을 통해 공수한 재료만을 사용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말이죠. 이처럼 손님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주는 곳이라고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아 참, 지금 카카오패밀리에서는 제주 목장에서 생산하는 저지방우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카카오 카라멜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