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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달걀을 드셨나요? 동물복지 양계농장 '소원농장'
작은가게 오래가게
21.04.21
한국인의 연평균 1인당 달걀 소비량은 13kg. 달걀 1개의 무게를 50g으로 계산하면 한 사람당 1년에 268개의 달걀을 먹고 있는 것. 1인당 소비량이 230개인 EU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달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알고 있는가?
‘케이지 닭’이라는 말이 있다. A4용지보다 작은 철재 우리 안에 닭들을 가둬 놓고 기르는 사육법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닭들을 기르고 달걀을 얻기 위한 방식이다. 닭들은 평생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에 갇혀 산란만 하다가 죽는 날을 기다린다. 동물권이 지켜지지 않는 이러한 사육법을 탈피한 것이 바로 ‘케이지 프리(Cage-Free)’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며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소원농장 최광헌 대표를 만나, 그의 ‘소원’을 들어봤다.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쳐 운영하는 양계농장이라고요?
아버지가 1968년부터 서울 고척동에서 양계장을 운영하셨어요. 몇 년 뒤 서울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자 서울 내에 있는 양계장과 농가들이 많이 없어지거나 이전하게 되었고, 저희도 그때 이곳 인천 강화도로 양계장을 옮기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꿈이 양계장을 운영하는 것이었어요. 일부러 전공도 축산경영학과를 지원했고요.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자랐죠. 2002년도쯤에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제가 양계장 운영을 맡게 되었고요.
처음부터 케이지 프리를 도입하진 않으셨다고.
아버지 때는 줄곧 케이지 사육을 했어요. A4 용지보다 작은 철재 우리 안에 닭 여러 마리를 가둬 놓고 키우는 방식이죠. ‘키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닭의 습성을 무시한 채 사육하는 방식이에요.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출처 : 동물자유연대)
농장을 물려받고 바로 케이지 프리로 전환하지는 못했어요. 저희처럼 작은 농장에서 갑자기 시스템을 바꾼다면 리스크가 클 테니까요. 조금씩 준비를 하다가 2017년 정식으로 케이지를 모두 없앤 케이지 프리 사육을 실천하게 되었죠.
아버지 때와 다르게 동물복지 사육을 실천하신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쯤에 제주도에서 서커스 하는 돌고래를 풀어주는 일이 있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돌고래들이 물살을 가로지르며 바다로 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서,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케이지 프리 사육을 실천할 마음을 먹게 되었죠.
2017년 소원농장은 동물복지 인증농장에 등록되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복지 충산농장 인증제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케이지 사육에서 케이지 프리 사육으로 전환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농가에 있는 케이지들을 모두 없애고 보니, 저희 농가에 있는 닭들을 처음 키우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닭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죠. 케이지 프리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닭의 습성을 이해하며, 한 마리 한 마리 성격에 맞춰 사육하고 있어요. 이제야 닭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과정보다는 결과에서 차이가 확실히 드러났죠. 저희 농장은 마당을 제외하고 250평의 사육시설 두 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양계농가 치고는 작은 평수라고 할 수 있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처럼 작은 양계장에서 많은 달걀을 얻을 방법은 케이지 사육 방식을 하는 것이에요. 대량 사육으로 대량의 달걀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죠. 실제로 현재 저희가 닭을 6,000마리 키우고 있는데요. 케이지 사육을 도입했을 경우 같은 면적에서 2만 4,000마리를 키울 수 있게 되죠. 케이지를 더 높이 쌓을 경우 10만 마리까지 가능해요. 이와 같은 이유로 경제적인 손실이 가장 큰 난관이었죠.
소원농장 최광헌 대표
그럼에도 케이지 프리 사육을 실천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닭을 닭답게 키우고 싶었어요. 닭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많은 소비자들, 심지어는 닭을 키우는 양계업자들도 모르고 있을 거예요. 닭들도 각자의 자아가 있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기의 순서를 기다려서 알을 낳아요. 우리와 참 많이 닮아 있는 닭의 습성을 케이지 사육을 할 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죠.
또한, 닭의 본성을 무시한 채 키우는 케이지 사육은 닭들의 면역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며 AI와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동물복지는 인간들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거죠.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듯이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복지 사육에도 단계가 있다고요.
사육환경에 따라 1~4단계로 나뉘어요. 1등급은 산이나 들에서 자유롭게 방목 사육된 것을 의미하며, 2등급은 축사 내 기준면적을 충족하는 평사를 말해요. 3, 4등급은 케이지 사육 환경을 말하는데, 3등급은 개선된 케이지고 4등급은 기존 케이지를 의미해요. 소원농장은 현재 2등급 사육환경에서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인증기준의 주요내용>
*아래는 동물복지 케이지 프리 사육에 대한 인증기준 표. 1단계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얻기 위해서는 방사사육에 대한 추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출처 : <동물복지 사육시설을 이용한 친환경 달걀 생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과 농업연구사, 전중환, 2013)
소원농장의 닭들이 생활하는 곳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저희 닭들은 햇빛이 드는 평사에서 푹신한 깔짚을 밟으며 자유롭게 뛰어놀아요. 안락한 환경 속에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산란 장소를 따로 마련했고, 높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닭들의 본능을 고려해 15cm 이상의 횃대를 설치했어요.
소원농장의 평사는 물과 사료를 제공하는 자동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평소에는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도록 천장에 고정되어 있다가 먹이를 주는 시간에 맞춰 닭의 눈높이에 맞게 내려온다.
먹이를 주는 방식도 위생을 위해 천장에 설치된 리프트에서 물과 사료를 따로 제공하는 자동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케이지 사육 때는 바닥에 물과 사료가 뒤섞이면서 진드기나 각종 벌레들을 만들어내기도 했거든요. 모두 닭들의 본능을 우선시하여 계사시설을 구축했죠.
달걀은 어떻게 얻고 계시나요?
수탉의 정자를 강제로 주입하여 생산하는 달걀 대신, 적절한 암수 비율을 두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유정란만을 생산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행복하게 자란 닭들은 케이지 닭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고 면역력이 높아요. 달걀 맛도 더욱 고소하고 비린 맛은 덜하죠. 신선한 달걀을 소비자들의 식탁에 전해드리기 위해 농장직배송으로 보내드리고 있고, 일반배송과 더불어 일부 지역에는 아침에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답니다.
소원농장에서는 플라스틱 및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도 대부분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농장 운영을 위해 이 지역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엔 서울 지역의 도시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도권 밖으로 농장을 이전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수도권과 비교해 공기가 아주 깨끗하고, 근처에 양계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서로 소통하고 지낼 수도 있고요. 지역민과 농민들이 여는 강화장 등 크고 작은 장도 열리고 있어 저희 달걀을 선보일 기회도 많고요.
지금보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농장 또는 가게들이 더 많아질 수는 없을까요?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농장에서부터 동물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천으로 옮기고 또 알려야 하죠.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는 없어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이면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 떨어질 뿐이죠. 저희의 철학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피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판로를 넓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저희 달걀을 소개하는 것이에요. 궁극적으로는 달걀의 국내 자급률을 잃지 않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식량 안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요즘 다시 떠오르는 이슈기도 하지요. 고기, 곡식,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식품들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수입되면서 우리농산물, 축산물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어요. 달걀만큼은 꼭 지켜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동물복지 사육과 달걀이 제대로 안착되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고요.
끝으로 소원농장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별것 없습니다. 닭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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