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다 △힙스터 △힙찔이(?) ···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힙’에 대한 흔한 용례다. Z세대에게 힙은 음.. 뭐랄까..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유행 △개성 △트렌드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느낌적인 느낌을 이해하는 데 있어 최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덧붙이자면 굳이 ‘문화’를 확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트릿 씬(Street scene), 거리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스트릿 문화의 장 혹은 공간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씬에서 ‘힙’과 유사한 ‘하이프(hype)’라는 용어가 있다. 당연하게도 사전적 정의와는 거리가 있다. 소위 말하는 ‘완전 짱이다’, ‘요새 완전 유행하고 핫해’ 정도로 느끼면 될 듯 하다. hype와 beast의 합성어로 ‘hypebeast’(hype 경향을 추종하는 사람들)가 있는 것만 봐도 ‘hype’가 얼마나 hype한지 알 수 있다.  

강원도 영월군,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두 형제가 있다. 어릴 적부터 밴드씬(Band scene)에 대한 동경이 컸던 두 사람은 현재 ‘영월정션:youngwalljunction’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영월정션... 강원도 영월과 정선인가? 영월과 교차로? 브랜드 이름을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특이하다. 이기원 대표는 설명한다. “무언가를 고민한다기보다 우리의 나고 자란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무심하게 작명했다.” 브랜드 이름부터 영월정션하다. ‘hype’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사람들과 이 브랜드 모두.

‘세상 모든 행위는 늘 변하여 한 가지 모습으로 정해져 있지 않음’.

제행무상. 그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교리가 아닐까. 두 사람 모두 불교 신자이다. 브랜드 슬로건과 시즌 컨셉은 모두 불교 교리에서 비롯된다. 정확히는 그들이 실감하고 공감하는 부분에서 기인한다. 스트릿 씬과 서브 컬쳐, 힙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해박한 그들이지만, 의류만큼은 요즘 말로 ‘곤조’(소신과 철학) 넘친다. 특히 가먼트:garment(옷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그들이다. 엄선된 공장과 원단만을 선정해 제품을 생산한다. 좋은 가먼트를 위해 공임을 더 지불하는 것은 부지기수, 심지어 원단은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두 사람 모두로부터 이뤄진다. 사무실뿐만이 아닌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혈육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디자인 작업은 진행된다. 

‘Svaha’ 불교 용어로, 진언 뒤에 붙는 말이자 영월정션의 21S/S 컬렉션 주제이다. 기독교의 ‘아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의 그 사바하가 맞다. 과감한 그래픽과 디자인을 통해 컨셉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포춘쿠키’와 ‘마작’은 이를 잘 보여준다. 헤비웨이트 원단을 통해 소재의 퀄리티도 놓치지 않았다. 갑옷처럼 단단하고 두껍다. 실루엣이 살아있다. 감히 말할 수 있다. 원단과 재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서울숲에 위치한 편집샵‘A.DECADE’와도 협업했다.    

‘A.DECADE’ 최무결 대표는 말한다. “영월정션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일단 옷을 잘 만들어요. 그리고 새로운 신념에 대한 원칙도 있어요. 디자인은 덜어내고 메시지가 명확해서 저희랑 ‘결’을 같이하는 것 같아요.” 

이들의 다음 21F/W 컬렉션 주제는 ‘무심(無心)’이다. ‘덧없음’, ‘제행무상’과도 상응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금 시작하는 것일 수 있다. 초심을 향한 무심이라... 굉장히 철학적이다.

메카:mecca. 어떤 분야의 중심지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의류산업의 요충지는 의심의 여지없이 동대문이다. 영월정션:youngwalljunction은 바로 이곳에 있다. 단독 매장은 아직 없다. 하지만 무신사, A.decade를 비롯한 다양한 셀렉샵과 편집샵에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무실 겸 창고로 쓰이는 동대문의 한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적재하고 사무 작업을 수행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창작과 영감, 나아가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비전의 기반이 되는 ‘개발의 산실’이다. 스와치를 통해 끊임없이 원단을 연구, 비교한다. 염료 샘플을 직접 원단에 핸드다잉하여 지속적으로 색조와 색감에 대한 고뇌를 반복한다. 왜 이곳에 있냐는 질문에 그들은 대답했다. “월세가 싸잖아요!” 우스갯소리겠지만 영월정션스러운 대답에 그저 웃을 뿐이다.  

영월과 서울을 오고 가며 원단 염색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던 영월정션. 이들의 장기적인 목표는 ‘스튜디오’ 설립하기. 쉽게 말하면 의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음악 △예술△영상 등의 영역으로 브랜드의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형제가 각자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그중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이러한 확장들을 ‘식구 늘리기’라 표현한다.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의류업을 바탕으로, 일본의 로컬 의류 브랜드가 가지는 지역의 상징성처럼 ‘영월정션’이라는 색깔과 결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이자 비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