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의 멋을 담은 도자기, 해피빈 펀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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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토 도예연구소의 박종환 도예가는 도자기를 만들기 전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흙과 바람, 풀을 충분히 느낀 뒤에야 작업을 시작하는 그는 사람은 흙에서 시작하고 흙으로 끝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우주 만물을 이루고 있는 음양오행인 화, 목, 토가 이곳의 이름인 이유도 그의 도자기 역시 자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담은 그의 도자기는 어떤 형태와 질감 그리고 빛깔을 가지고 있을까. 초여름의 햇빛과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서 박종환 도예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자기 하면 이천, 이천 하면 도자기다. 이천 도자기는 언제부터 유명하게 됐을까? 그 명성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천은 예로부터 양질의 흙과 풍부한 땔감을 확보하고 있었다. 덕분에 쌀, 곡식, 과일은 물론, 주재료가 흙인 도자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했고 한양과도 가까이 위치해 있어 편리한 유통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16세기 초에는 쌀과 도기를 특산품으로 하여 활발한 교역 활동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천이 지금까지 도자기 마을의 명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지자체의 노력도 있었다. 2010년 국내 최초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천은 세계도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도자기축제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천시는 도자 문화의 중흥을 꿈꾸는 전국 공예인들을 모아 ‘예스파크’를 조성했다. 현재 이곳은 도자기를 중심으로 옻칠·가죽·회화·조각·유리 등 각종 수공예 공방 200여 곳이 집결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인 마을이 됐다. 

화목토 도예연구소는 예스파크에도 몇 없는 전통 장작가마를 사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다. 더불어 장작가마를 축조하는 화목토의 기술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다. 박종환 도예가는 어릴 적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시작한 시기는 1997년.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IMF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고, 빈털터리 신세로 방황하다 우연히 전통 장작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마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들이 그의 눈에는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뜨거운 불 속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도자기는 그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도자기 만드는 법뿐만 아니라 전통 장작가마 축조기술까지 익혔다. 도자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소성, 불 속에서 굽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굽지 않으면 그저 흙 반죽에 불과하다. 흙 반죽에 쓸모를 더하는 시간이 바로 소성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화목토 도예연구소에서 선보이는 소성 기법에는 장작가마 소성, 전기가마 소성, 가스가마 소성, 노천소성, 라쿠소성 등이 있다. 같은 흙이더라도 어떤 소성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형태와 빛깔이 다르게 나온다. 

가마소성은 박종환 도예가가 직접 축조한 전통 장작가마에서 이루어진다. 주로 작품 활동에서 선보이는 도자기를 굽는데, 장작가마에서 탄생하는 특유의 요변(불길이 닿는 곳의 위치나 상태에 따른 변화)을 활용해 화목토만의 색을 입힌다.

노천소성은 가마 없이 땅에 구덩이를 파서 굽는 방식을 말한다. 선사시대 때 토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주로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재현하곤 한다.

화목토만의 특별한 소성 방식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라쿠소성 방식이다. 라쿠소성은 도자기를 약 90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소성한 후 뜨거운 상태에서 가마문을 재빨리 열어 식힌다. 그러면 온도차로 인해 표면이 갈라져 무늬가 생기는데, 그 사이에 톱밥이나 낙엽을 넣거나 연기를 스며들게 하여 독특한 디자인을 더하는 방식이다.

25년. 박종환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들어온 시간이다. 마흔이 넘어 새로 시작한 도전은 그의 성격부터 옷차림, 식습관, 가치관, 삶의 방식까지 바꿔 놓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자신과 잘 맞는 일을 발견했고, 자연스럽게 삶도 그에 맞춰 변화해 갔다. 

현재 그는 단국대에서 학생들에게 도예를 가르치고 있다. 25년 동안 터득한 도예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도예가로서 갖춰야 할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법,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법 등 그가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도예가가 되기 전 자신의 인생을 잘 빚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 그는 단순한 선생이 아닌 제자들의 인생 스승을 자처한다. 그런 박종환 도예가가 가장 강조해 말하는 것은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화목토의 모든 도자기는 자연에서부터 출발한다. 박종환 도예가는 돌, 연잎, 곡식, 나무, 벌집 등 우주의 모든 만물에서 영감을 받아 도자기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질감, 흙의 질감, 불길이 만든 무늬까지 그대로 살려 어디에도 없는 화목토만의 도자기를 완성한다. 그가 도자기를 통해 자연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흙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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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요. 사람이 곧 흙이고 자연인 거죠. 비슷한 성질의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듯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끌린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흙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질감과 색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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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도 도자기를 통해 불과 나무와 흙의 느낌을 전하려 노력 중이다. 유광보다는 무광 유약을 사용한다든가, 고르지 않는 크기의 흙을 그대로 넣어 반죽한다든가, 갈라짐을 무늬로 만드는 일 등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