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에 비건 레시피를 더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지향하는 작은가게가 있다. 어느 하나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이곳은 바로 비건 베이크 샵 ‘홀썸’이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베이커리 판매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게에서 볼 수 없는 친환경 독서모임, 제철 식재료를 다루는 워크숍까지 전개해 나가며 홀썸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하고 비건지향적이며 우리땅에서 책임감 있게 생산된 재료”라는 세가지 가치를 선보인다. 파면 팔수록 새로운 홀썸의 매력을 지금부터 톺아보자.

홀썸은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달걀 요리인 키쉬부터 케이크, 타르트, 구움과자까지 다양한 디저트를 비건 레시피로 구워낸다. 홀썸이 선보이는 비건 베이커리는 매주 메뉴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선보인 메뉴만 해도 벌써 400개가 넘었는데, 이는 비건의 다양한 맛을 보여주기 위한 홀썸 배서영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흔히들 비건을 생각하면 건강한 맛을 떠올린다. 몸에 좋으면 맛은 보장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배 대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맛있는 비건 디저트를 고객들이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 관념을 깨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홀썸은 건강한 비건 디저트지만 속세의 맛이 느껴지는 메뉴를 개발한다. 맛보기로 글을 쓰고 있는 이 날의 라인업을 살펴보자면, △채소 콤비네이션 키쉬 △로즈마리 올리브유 & 딸기 케이크 △레몬치즈케이크 브라우니 △진저 앤 베리 컵케이크 △산딸기 바질 스콘 등이 있다. 브런치 메뉴로 파스타와 스프를 메뉴로 내놓기도 한다.

이처럼 홀썸에는 다른 베이크샵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들이 가득하다. 특히 ‘키쉬’는 배 대표가 가장 애정하는 메뉴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항상 인기가 많다. 프랑스 향토 요리인 키쉬는 비건과 거리가 먼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데 홀썸은 비건 재료로 재해석해 이곳만의 독창성을 살렸다. 배 대표는 키쉬를 “고정관념을 깨는 디저트”라며, “파이인데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메뉴, 이것을 비건 레시피로 개발하면서 홀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메뉴가 됐다”고 소개했다.

배 대표 역시 하루아침에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비건 디저트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요리부터 사찰음식, 생식 등 다양한 식문화를 공부했기에 400개가 넘는 다채로운 비건 디저트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사찰음식을 공부하며 건강한 식문화에 대해 단순히 몸에 좋은 것만이 아닌 재료의 생산과정까지 들여다보는 시야를 갖게 됐다. 홀썸의 베이커리 메뉴는 여러 식문화를 공부하며 터득한 맛있는 비건 레시피에, 건강한 식재료를 찾고자 농장으로 발품을 파는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완성됐다.

이러한 홀썸의 베이커리 메뉴는 현재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인 ‘밑미’와의 협업, ‘밑미밀W홀썸’으로 진행 중인 성수 매장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 주문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매장 픽업과 퀵 배송 주문도 가능하다. 크리스마스, 명절 선물 등 각종 이벤트 맞춤 주문과 토종밀로 만든 스콘을 만나볼 수 있는 ‘월간스콘’ 등의 프로그램도 있으니 참고하면 홀썸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홀썸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테이크아웃 손님을 위해 다회용기 지참을 강조하고 미처 챙겨오지 못한 손님을 위해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기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홀썸에게 또 다른 모험은 택배 서비스였다. 식품을 택배로 보내는 과정에서 포장 쓰레기가 한가득 나오기에 섣불리 시작할 수 없었고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배 대표의 지속적인 고민과 시도는 홀썸의 택배 서비스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깨끗하게 세척, 소독한 다회용기에 홀썸의 디저트를 담고 손님들로부터 기부받은 아이스팩을 넣어 친환경 물 테이프로 포장한다. 배달 다회용기를 10개 이상 모은 소비자는 수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홀썸은 이를 수거해 다시 세척, 소독해 사용한다. 이렇게 돌고 도는 순환 시스템은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건 베이크샵과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는 홀썸이 하는 활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자연과 사람을 배려하는 식문화를 지향하는 홀썸은 자신들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독서모임 ‘홀썸살롱’이다. 매달 도서를 선정하고 신청자를 받아 진행하며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이어왔다. 주제는 환경, 비건에 국한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방법’으로 나아간다. 홀썸이 추구하는 문화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며, 삶에 투영시켰을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손님과 함께 진행하는 ‘홀썸마켓’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작년 4월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백두대간과 이천한강공원에 나무를 심는 데 기부했으며 9월에는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인 ‘어글리어스’와 함께 품질은 좋으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년 10월부터는 매달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인 ‘마르쉐@’에 참가하여 생산자, 소비자와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배 대표는 “너무 많은 걸 하나? 싶기도 하다”며 “하고 있는 활동들을 연결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 전했다. 우리들 식탁에 지속가능한 식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홀썸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