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 날 특별함에 끌린다. 머리 가르마를 다르게 타보거나, 평소 스타일과 다른 옷을 사는 등 사소한 변화가 주는 설렘은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 마련이다. 매일 가던 가게, 늘 먹던 음식을 바꾸는 것으로도 작은 설렘을 만들 수 있다. 빵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한 번쯤 개성 있는 빵집에 방문해보는 게 어떨까? 고덕역 1번 출구에서 나와 묘곡초등학교 방향으로 느긋하게 걷다 보면 ‘콩플레’라는 빵집이 나온다. 우리 밀만을 사용해 천연 발효를 거쳐 건강한 빵을 구워내는 콩플레의 오해원 대표를 만나보았다.

콩플레(Complet)는 프랑스어로 ‘완전한’이라는 뜻이다. 통밀빵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콩플레에서는 통밀빵부터 크림치즈나 과일 토핑을 올린 빵까지 각양각색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콩플레에서 판매하는 빵은 모두 우리 밀을 사용한다. “이건 ‘곡우’라는 우리나라 품종 호밀만 사용한 빵이고, 이 통밀빵은 ‘앉은키 밀’을 사용했어요.” 앉은뱅이 밀이라고 알려진 이 밀은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밀보다 키가 작고 맛이 더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 밀을 사용하는 빵집은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다. 값싸게 수입되는 외국 밀보다 시장성도 낮을뿐더러, 제빵에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빵에 사용되는 밀은 빵을 부풀릴 때 사용하는 이스트에 반응을 더 잘 하게끔 가공 처리가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사용하는 토종 밀은 전 부칠 때 사용하는 중력분이죠”

토종 밀을 사용해 제빵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토종 밀로 만든 빵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요. 앞으로 식량 주권을 지킬 필요성은 점점 높아질 텐데, 현실은 값싼 수입산 농산물로 인해 우리 농산물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죠.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우리 밀을 고집하는 거예요.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농가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콩플레는 올해로 창업한 지 8년이 되어간다. 이 대표는 30대가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제빵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고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돌아보니 그 중에 제빵이 있었죠. 처음에는 홈베이킹으로 시작했지만 더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다 보니 빵집까지 창업하게 됐네요.”

이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천연 발효 방식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빵 반죽을 발효시켜 부풀리기 위해서는 이스트(효모)를 사용한다. 하지만 천연 발효 방식은 이스트를 따로 첨가하지 않고 공기 중의 미생물을 이용한다. “밀가루에 물을 담아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 줘요. 그러면 공기 중 미생물이 발효하게 되죠.”

이 대표는 처음엔 발효에 적당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발효종에만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많이 번거로웠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 대표는 좋은 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답했다.

“천연 발효 방식으로 만든 빵은 더 풍부한 맛이 나요. 효모만 사용하는 이스트와 달리 천연 발효를 하면 효모 이외에도 유산균 등 유익한 발효균이 함께 번식하게 되니까요.”

그의 말대로 콩플레의 빵은 다른 빵보다 식감이 쫀득하고 맛이 풍부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바나나와 계피가루가 위에 올라간 빵을 먹자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거, 빵 반죽엔 밀가루와 소금, 물만 들어갔어요. 나머지는 모두 발효의 힘이죠.” 이 대표는 뿌듯한 얼굴로 답했다.

이어 이 대표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제빵을 시작하고, 콩플레를 창업한 것도 모두 ‘나 다운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남들이 하는 방식이 더 쉽고, 돈이 덜 들어도 저는 저의 길을 가고 싶어요.”

콩플레 매장 곳곳에서도 이 대표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다던 이 대표의 취향에 맞는 그림이 벽 한 쪽에 걸려 있었다. 그 옆 선반에 빼곡히 늘어선 기념품과 책이 기자의 눈에 꽂혔다. “이것도 대표님의 취향인가요?” 기자의 물음에 이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제 물건도 있지만 대부분이 단골들이 선물한 것들이에요.”

이 대표는 콩플레를 찾는 단골은 콩플레만큼 자신만의 길을 가는 개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가게 곳곳엔 8년의 시간 동안 콩플레에서 인연을 맺고 간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서려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이 대표의 목소리에서 따뜻함이 묻어났다. 그들에게 콩플레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자 이 대표는 위안을 느끼고 가는 공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콩플레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맛있는 빵도 즐기고, 위로도 받고 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