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도시 대전에서 가장 유잼이라는 중앙로. 빵 내음 가득한 거리를 거닐다 보면 어느샌가 독립서점 ‘다다르다’에 다다를 수 있다. 간판이 따로 붙어있지 않아도 소위 ‘책잘알(책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는 그곳이다.

다다르다 창업자이자 서점원 라가찌인 김준태 대표와 또 다른 서점원 아멜리에가 운영하는 이곳의 도서 디스플레이는 손님들의 섹션에서 섹션으로의 이동이 아닌,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유도해낸다. 로컬 콘텐츠 기획과 서점 운영을 담당하는 서점원 라가찌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다다르다’라는 이름이 인상 깊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다르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져요. ‘다 다르다’와 ‘다다르다’. 이 의미를 토대로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도 있는데, 말 그대로 책과 공간 그리고 사람을 통해 서로가 가진 다양성, 존재 자체를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어서 ‘다다르다’라고 지었어요.

대전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2011년도부터 서점을 운영했는데요, 서점을 열기 전에 방문했던 서울의 ‘유어마인드’라는 독립서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지역에도 이런 서점이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저는 독립 출판물의 개성이 곧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역에서도 이를 쉽게 접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해서 직접 서점을 운영하게 됐어요.

그리고 당시 서울에는 이미 비슷한 서점이 많이 운영되고 있었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획자분들도 매우 많았어요. 반면, 지역은 그렇지 않았죠. 가급적 유년 시절부터 자라 익숙하고 애정이 있는 대전에서 서점을 해보자 해서 이 지역에 공간을 꾸리게 됐어요.

다다르다의 시그니처, 영수증 서점일기를 발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떻게 해야 손님들께 독서의 즐거움을 더 크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다다르다가 커피와 책을 함께 제공하는 공간이다 보니, 문득 ‘커피만 드시는 분들도 영수증은 받아 가시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영수증을 활용해 다가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소개했는데 감사하게도 다들 관심을 두시더라고요. 2017년도 3월부터는 서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긴 시간 대전과 맞닿아 있으셨을 텐데, 대전 또는 대전 시민만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독립 출판물과 독립서점도 아직은 익숙하게 느끼시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이게 단순 책방인지 서점인지 경계가 좀 모호하면 호기심을 갖기보다는 경계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지역의 문화이지 않나 싶어요. 그러다 보니 가지고 있는 자원이 되게 많은데도 새로운 것들은 가급적 접하지 않으려 하고 익숙한 것들만 시도하다 보니 ‘노잼 도시’라는 이야기도 나온 게 아닐까 하거든요. 그렇지만 전 한 달 살기 체험 그 이상의 것도 소화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여기 대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전을 들여다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다르다의 목적지를 알고 싶어요.

앞으로 저희는 독립서점의 틀을 깨보고 싶어요. ‘독립서점은 규모가 작을 것 같다’, ‘책의 양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또는 ‘들어가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등. 서점을 운영하며 경험한 바로는 현재 독립서점의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관념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저희가 ‘다다른 북토크’라는 독자와 작가의 만남도 140회 이상 꾸준히 주선해오고 있고, ‘다다른 북클럽’이라는 독서 생활과 축구 생활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많은 분들이 색다르게 독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독립서점 문화를 더 꾸려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대한 오랜 시간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다다르다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해요. 우리는 공간을 쉽게 들여다보고 쉽게 판단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공간이 다 화려할 수는 없겠지만 소박한 공간, 그리고 소박한 도시들도 다 각자의 역할과 가치가 있잖아요. 멀찍이 서서 낯설게 바라보기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들만이 가진 개성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