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맛과 향, 디자인에 대한 모험을 즐긴다. 갈수록 세분화되어가는 취향처럼 다양한 식품에서 다양한 맛이 추구되고 있다. 수제맥주 역시 주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전국 각지에 들어선 수제맥주 제조 및 생산 업체만 16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맥주를 만드는 공간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양조장들이 있다. 속초 몽트비어도 그중 하나다. 맥주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맛집인 몽트비어. 몽트비어가 수제맥주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몽트비어는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협동조합이다. 정식 명칭은 크래프트유니온협동조합으로 김진용 이사장과 박도영 이사를 비롯한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내에 수제맥주가 흔치 않던 시절부터 집에서 자신만의 맥주를 양조하는 홈브루잉을 통해 맥주를 만들었다. 2014년 주류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 시판이 가능해지면서 소규모 양조장을 설립, 2018년 몽트비어를 탄생시켰다.

몽트비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홈브루잉은 취향과 목적에 따라 제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균일한 맛을 낼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맥주를 제조해도 균일한 맛을 낼 수가 없으니 판매할 수가 없고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 그리고 몽트비어만의 개성과 매력까지 담겨야 하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도 끝에 탄생된 맥주는 무려 10종이 넘는다.

맥주는 맥아와 홉, 효모 등을 발효 및 숙성시켜 만든다. 특히 홉과 효모는 맥주의 맛과 풍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단가와 품질 등의 이유로 수입산 홉과 효모를 사용하는 여러 맥주 생산 업체들이 있지만 몽트비어는 다르다. 국내에서 재배한 홉과 효모를 사용해 속까지 꽉 찬 진짜배기 ‘국산맥주’를 만든다.

진짜배기 국산맥주는 원료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제철 과일을 사용한다. 딸기, 복숭아, 샤인머스캣 등을 사용해 특색 있는 맛과 개성을 만들어 낸다. 시그니처 봄 한정판 맥주 ‘스트로베리 에일’도 속초 응골마을 특산물인 딸기를 사용했다. 딸기의 씨앗을 걸러내기 위해 거름망에 넣어 착즙한 퓌레를 몽트비어만의 비율로 혼합해 숙성시켰다. 딸기의 상큼한 향이 코끝에 맴돌고 뒷맛 또한 깔끔해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피치 화이트’는 양양 곰마을과 협업해 만든 복숭아 맥주다. 일반 맥주가 아닌 사워(Sour)맥주로 만들어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사워맥주는 보기 드문 신맛이 나는 맥주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신맛보다 새콤한 맛을 강하게 만들었다. ‘샤인머스캣블랑’은 화이트 와인과 맥주의 경계를 오가는 오묘한 맛으로 달달하고 톡 터지는 청량감에 찾는 이들이 많다.새로운 맛을 시도하기가 두려운 이들은 블랑이나 호가든처럼 과일향이 짙은 썸머비치라거, 이름처럼 열대과일의 향이 물씬 풍기는 하와이안IPA, 비엔나커피처럼 휘핑크림의 부드러움과 커피의 쌉싸름함이 포인트인 비엔나스타우트 등 기본에 충실한 수제맥주를 먹어보자. 맥주 가이드를 참고해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거나, 종류별로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주문해 시음해 보는 것도 좋다.

몽트비어는 그 외에도 매해 다른 버전으로 소개되는 한정판 시즌 맥주, 맥주로 염지한 바비큐 메뉴 개발, 바비큐 파티 행사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정판 시즌 맥주는 ‘라운드미드나잇’으로 싱글몰트위스키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었다. 포르투갈 포트와인을 머금은 참나무와 함께 1년 가까이 숙성해 몰트의 깊은 풍미와 바디감, 복합적인 과일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올해에는 임페리얼 스타일로 만들어지는데, 벌써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이 높다

설악산, 금강산, 그리고 울산바위까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취향저격 맥주를 맛보는 것. 이것만으로도 속초로 떠나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산보다 바다를 선호한다면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해보자. 해수욕장 바로 뒤편에 몽트비어 속초해변점이 자리한다. 매장 앞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도 좋고, 탁 트인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여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글,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