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낡고 오래된 것을 막 나온 신상보다 더 좋아한다. 패션에서도 그렇다. 빠르게 바뀌는 패션트렌드 속에서, 우리는 옷이 있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빈티지 옷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바뀐다. 낡고 오래된 것이 매력이 돼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집 안에 오래오래 둘 수 있는 빈티지 옷과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 ‘페이지원’에 방문해봤다.

대표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효미 대표: 안녕하세요, 14년째 빈티지 장사를 하고 있는 페이지원 김효미 대표입니다. 저희 가게는 홍대에서 맨 처음 시작했다가, 상수로 이동해 지금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됐어요. 페이지원에서는 대체로 수입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고 있고, 이번에 2층까지 공간을 확장해 남성 빈티지 의류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빈티지 옷이 주류지만, 소품도 함께 다루고 있어요.

‘페이지원’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전에 ‘프레야 타운’이라는 서울의 유일한 빈티지 의류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1년간 일을 하기도 했었죠. 20살 무렵에 일본으로 패션을 공부하러 유학을 가게 됐는데요. 그때 빈티지샵이라는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때까지 이런 문화가 없었거든요.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옷 가게가 무조건 1층에만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3층에 있더라고요. 옷을 파는 가게가 꼭 1층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던 거 같아요.

신선한 충격을 받고 23살에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9살 무렵, 홍대 놀이터 앞의 건물 3층에 페이지원 가게를 열게 되었죠. 처음에는 3층에 옷 가게가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생소해하더라고요. 많은 잡지사와 인터뷰도 하고, 이름도 알려지면서 점차 사람들이 3층에 옷 가게가 있다는 것에 익숙해지게 됐어요.

가게 안에 물건들이 너무 예뻐요. 혹시 가게로 들여오는 옷들에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스타일 상의 기준과 물건 선정 기준이 따로 있어요. 우선 페이지원에 들여오는 옷들은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느낌에 맞는 것들이에요. 다만 아메카지룩처럼 특정 범위로 좁혀진 건 아니고 그 범주가 넓은 편이죠.

물건 선정 기준은 깐깐하다고 표현하면 좋을 거 같아요. 페이지원의 옷들은 일본이나 호주에서 들어와요. 현지에 있는 직원이 옷을 선택하면, 제가 화상 통화를 하며 옷 상태나 스타일을 통해 물건을 들여올지 결정해요. 그렇게 옷이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2차 검수를 하는데요. 실제로 물건을 보면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예쁜 옷이어도 더러운 옷이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손질할 부분이 있다면 꼼꼼하게 수선해 페이지원에 들여오죠. 페이지원이 들여오는 옷들은 모두 관리가 잘 됐다는 이미지를 주고자 하거든요.

핸드메이드 제품은 있나요?

빈티지 원단을 붙인 옷걸이들이 있어요. 이 옷걸이들은 호주 현지에 있는 분이 직접 만든 제품인데요. 페이지원에서 직접 리폼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버리는 옷 중에 리폼으로 활용해도 좋을 원단들이 많아요. 예쁘고 튼튼한 원단을 이용해서 가방이나 투피스 등 다양한 형태로 리폼을 하죠. 또 올해부터는 페이지원에서 샤넬 단추를 업사이클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요. 단추를 반지나 귀걸이로 바꿔서 판매하고 있죠.

페이지원은 정말 빈티지옷의 역사이자 선도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갖고 있는 철학이 있으신가요?

페이지원의 옷들은 계속 손이 가게 만들고 싶어요. 즉흥적으로 산 옷들은 시즌이 바뀔 때면 버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손님들이 종종 페이지원의 옷들은 못 버리겠다고 말씀하시곤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자부심이 들어요. 아무리 오래된 옷이더라도 관리만 잘하면 정말 오랫동안 누군가가 좋아하면서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페이지원은 손님들이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저 자신도 불편하게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편하게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앞으로 페이지원이 어떤 가게가 됐으면 좋겠나요?

편안함을 주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가게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옷을 구경할 수 있어’라는 말이 나오고,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즐겁게 스타일링하는 시간을 갖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페이지원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찾고 빈티지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커요. 특정 스타일링을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가, 저희 가게에서 그러한 옷을 한번 입은 후에 계속 그 옷을 찾는 손님들이 있으면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도 이런 제 철학이 쭉 유지되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 '작은가게 오래가게' 대학생 서포터즈 이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