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보석 같은 책방
가게지기 1기
23.01.02
하루에도 새로운 책이 수백, 수천 권 쏟아져 나오는 시대.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도 책을 살 수 있고, 단 몇 시간 만에 집 앞으로 배송까지 해주기도 하는 요즘. 물리적으로 책을 사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쉽고 간편해졌지만, 수많은 책의 바다 속에서 어떤 책이 나에게 맞는 책일지 찾는 것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듯하다.
내가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작은 책방에 방문해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작가의 소개를 읽어보며 한 권, 한 권 둘러보는 소소한 재미까지 독서의 과정에 포함된다면 더욱 특별한 독서 경험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경의선 숲길 근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보기만 해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작은 책방을 발견할 수 있다. 초록색 귤이 귀엽게 그려진 창문 너머로 진열된 알록달록한 책들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은 공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 드는 신기한 책방, 책방 초록귤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귤사장님 :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 경의선 숲길 근처 골목에서 “책방 초록귤”을 운영하고 있는 귤사장이라고 합니다.
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작은 책방을 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남동에 “서점 리스본”이라는 작은 책방이 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에요. 지나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때부터 저도 막연히 “서점 리스본 같은 작은 책방을 열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추친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죠. 이곳에 책방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연남동에 살고 있는데 집 근처에서 공사를 되게 자주 했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해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데 공사 소음 때문에 작업에 집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기회에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책방을 열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방 초록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가 조용하기도 하고, 주변 다른 장소에 비해서 월세도 저렴한 편이에요. 이 자리를 탐내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운 좋게 제가 들어와서 책방 초록귤이 생길 수 있었답니다. 현재는 책보러 오시는 손님들도 맞이하고, 제 작업실의 역할로도 사용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신념이 있으신가요? 책방 초록귤이라는 공간이 방문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신가요?
아직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이렇다 할 거창한 신념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골목에 책방 초록귤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아는 분들께 자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서점 리스본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책방 초록귤이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다가가서 하루의 위로가 된다면 좋겠어요.
책을 큐레이팅 하는 데 본인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초반에는 제 취향을 듬뿍 담아 골랐어요. 그러다 보니 큐레이팅 목록이 너무 편향 되더라고요. 누구나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처럼, 저도 책을 꽤나 편식하는 편이거든요. 현재는 제 취향과 책방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좋아할 만한 책의 밸런스를 맞추어 들여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일생>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사실은 손님의 기호에 맞춘 책이라 하더라도, 손님은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이라고 말해 주길 바랄 것이고, 그런 환상으로 손님은 그 책을 살 것이다.”라고요. 책방 초록귤을 찾아 주시는 분들에게 작은 환상을 드림과 동시에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제 취향과 대중의 취향 사이, 적절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취향이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님이나 작품을 자유롭게 소개해 주세요.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두는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나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같은 작가를 좋아합니다. 작품을 소개하자면,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읽고 큰 위로가 되었던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라는 책을 좋아해요. 옛날에 나온 책인데, 지금은 리커버 되어 새로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삶에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어요. 허먼 멜빌이 쓴 단편 소설인 <필경사 바틀비>도 힘들 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작품이라 함께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요즘에는 책방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아무래도 책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심사가 그쪽 분야가 되었달까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제가 여태까지 편협하게 책을 읽었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책방 운영을 위해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작가님들과 훌륭한 작품이 많습니다.
무인도에 단 한 권의 책만 들고 갈 수 있다면, 무슨 책을 들고 가실 건가요?
시리즈도 한 권으로 인정이 되나요? (웃음) 시리즈가 가능하다면, 저는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들고 가고 싶어요. 이스탄불에서 중국 서안까지, 12,000km를 매일 걷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에요.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건조한 문체로 쓰여졌는데 읽고 있으면 정말 제가 아나톨리아 고원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인도에 갇혀 있으면, 어디론가 가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골랐습니다.
시리즈가 만약 한 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저는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책을 들고 가고 싶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지만, 무인도가 섬이기도하고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방 초록귤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내가 읽을 책을 작은 책방에서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또, 책방 초록귤에서 책을 구매하시면 적어드리는 리딩카드도 손님들이 소소하게 재미를 느끼는 부분인 것 같아요. 구매하신 책을 리딩 카드에 적어드리는데, 10권을 채우시면 1권을 증정해드리고 있어요. 마치 예전 도서관에서 사용하던 대출기록 카드 같아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저희 책방 초록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이 좋아 하셔서 저도 좋아하는 시스템 중 하나랍니다.
책방 초록귤이 방문하는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하는 기대가 있으신가요?
미소가 생기는 책방.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방.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방 초록귤은 마치 책을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책장을 구경하는 듯한 편안함과 따스함을 지닌 공간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이 보석 같은 공간을 발견하고 종종 들어와 책을 구경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따뜻한 미소로 환대해주시는 귤사장님과, 조용한 골목에 소담하게 반짝이며 자리하는 책방 초록귤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는 듯하다.
고된 하루 끝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팍팍한 일상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그리울 때 책방 초록귤에 방문해보자. 작은 책방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이, 당신의 고된 일상을 환하게 밝히고 새로운 행복을 전해줄지도 찾아다 줄지도 모른다.
글 | '작은가게 오래가게' 대학생 서포터즈 가게지기 1기 신해연
본 포스팅은 작은가게 오래가게 대학생 서포터즈 '가게지기' 활동의 일환으로 활동비를 제공 받아 작성된 홍보 콘텐츠이며, 광고나 협찬 없이 소상공인을 직접 발굴하여 인터뷰를 진행해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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