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おまかせ)’. 손님이 음식점에서 주방장에게 음식을 완전히 일임하고, 주방장은 특선 요리를 손님에게 내놓는 식당 운영 형식이다. ‘오마카세’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만큼 우리는 주로 일식집에서 오마카세를 즐기곤 한다. 그러나 디저트도 오마카세 형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문화시민 서울’에서는 시즌별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저트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안녕하세요. 가게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임수민 대표: 안녕하세요, 문화시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수민 대표입니다. 문화시민은 천안, 서울, 안국에 위치해 있습니다. 각 가게는 모두 구움과자를 판매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게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지점마다 오마카세 메뉴나 음식도 다르고, 가게 특색도 다르죠.

문화시민 서울은 가게가 협소하다 보니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손님들이 가게에서 나오는 음식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공간이에요. 문화시민 서울은 2022년 4월에 오픈했는데요. 2개월 정도 간격으로 오마카세 시즌을 바꾸고 있습니다. 22년 12월부터 23년 1월까지는 다섯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에요.

디저트 오마카세라는 개념이 특이해요. 이를 도입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공부를 하거나 대화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돼 있어요. 음료나 음식은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매개가 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인식에 아쉬움이 있었고, 그래서 디저트 자체에 집중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 형태로 가게를 열어 디저트 오마카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형식을 도입했는데요. 손님들이 디저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하니 자연스레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완성되더라고요.

대표님께서는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깊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 디저트에 관련된 일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저는 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군대에 갔을 때부터 입맛이 바뀌었죠. 하지만 이전부터 단 음식을 접할 기회는 많았어요. 어머니께서 제과제빵 학원을 운영하셨거든요. 항상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서 빵과 과자 냄새를 맡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군대에 가서 단 음식에 관심이 생겼고 설탕공예를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관련 대회를 준비하다가 디저트 분야까지 관심이 확장되었죠.

디저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후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제가 20대였을 당시에는 관련 교육 기관이 있는지,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혼자 독학하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회에 나갔어요. 4~5년 동안 60여개 대회를 나간 것 같아요. 이 기간동안 수 많은 평가와 피드백을 받으면서 디저트 실력을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실력을 다진 후, 28살에 처음 디저트 팝업 가게를 열었어요. 이때부터는 심사위원한테 받던 피드백을 손님들에게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대회에서 만난 선배들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배워 실력을 다른 방향으로 향상 시킬 수 있었어요. 수많은 디저트 팝업 가게에서 디저트 코스 요리를 제공하면서 쌓아온 실력으로 이렇게 문화시민 서울을 열게 되었죠.

문화시민 서울의 시그니처 메뉴가 궁금합니다.

들기름 커피와 버터넛 스쿼시라는 디저트 단품 메뉴가 있어요. 들기름 커피는 들기름과 커피라는 생소한 조합으로 만들어졌는데, 정말 맛있어요. 지금 저희 할머니께서 깨 농사를 지으시고 어머니께서는 반찬가게를 하고 계시는데요. 할머니가 어머니 반찬가게에 깨를 보내줬는데 너무 많이 보내주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조금 들고 와서 바로 커피를 만들었더니 조화가 잘 된 커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들기름 커피가 탄생하게 됐죠. 버터넛 스쿼시는 땅콩 모양의 호박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에요. 완두콩 앙글레이즈의 짠맛과 카다이프, 버터넛 스쿼시 아이스크림이 조화를 이루는 맛입니다.

앞으로 문화시민이 어떤 가게가 됐으면 좋겠나요?

새로운 디저트 문화를 대중화시킨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디저트를 코스로 먹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잖아요. 개인적인 욕심이긴 한데, 디저트를 온전히 즐기는 문화가 빨리 대중화돼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 '작은가게 오래가게' 대학생 서포터즈 가게지기 1기 이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