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 빵집이 눈에 띄게 찾기 어려워졌다. 파죽지세로 확장하는 프랜차이즈의 매서운 공세를 작은 가게가 막아 내기는 역부족일 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은 자영업자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20년간 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오는 빵집이 있다. 새벽 6시부터 1시까지 운영하는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맛과 정직한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 라듀레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찬배 대표: 안녕하세요. 라듀레 빵집을 운영하는 정찬배입니다. 현재 가게를 운영한지 20년 정도 됐고요, 제과제빵 경력은 30년이 되어 갑니다. 20년동안 라듀레를 운영하며 항상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빵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라듀레(LADUREE)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미 아시겠지만, 라듀레는 한국어가 아닙니다.(웃음) 라듀레는 불어인데요. ‘가늘고 길게, 그리고 부드럽게’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20년간 가게를 운영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제가 1인 5역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빵을 만드는 것부터 고객 응대 그리고 매장 관리까지 가게 운영을 위한 모든 것을 꼼꼼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네요. 때론 모든 부분을 일일이 관리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렇기에 고객에게 최상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에 제 손길이 닿으니까요.

그렇다고 정말 혼자만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빵을 만들 때 매장을 봐주는 직원도 있고, 가족 역시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분명 20년간 한자리를 지키기 힘들었을 겁니다.

홍보를 위한 SNS 채널을 운영하지 않으세요. 이유가 있을까요?

무리해서 빵을 팔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SNS를 통해 홍보하면 효과적이겠지만, 저는 스스로 소화 가능한 양만 만들고 싶어요. 다 팔리면 그걸로 끝이죠. 욕심내지 않아야 오랫동안 빵을 만들 수 있더라고요. 20년간 가게를 운영하며 지켜오고 있는 저의 소신입니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값이 많이 상승하고 있어요. 부담이 되지 않으신가요?

저는 오히려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좋은 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건강한 재료들로 맛있게 만들면 손님도 자연스레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죠. 빵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신경쓰기 시작하는 순간 좋은 빵은 나올 수 없습니다.

빵 종류가 많은데, 혹시 추천하시는 빵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추천을 해드리지 않습니다. 손님마다 선호하는 취향과 입맛이 다르고, 알레르기와 같은 질환의 유무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빵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를 공개하고 있어요. 제가 가게를 운영하며 고수하는 또 다른 신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요즘에는 사용하는 재료에 불만을 토로하시는 손님도 계셔서, 항상 조심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히 더 인기가 많은 빵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호박빵과 대왕 카스텔라가 인기가 많습니다.

대표님께 ‘빵’은 어떤 의미인가요?

빵과 30년을 함께 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빵과 함께 벌써 3번째 강산이 지났네요.(웃음) 사실 빵이 가끔은 원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빵집을 혼자 운영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빵이 맛있다고, 잘 먹었다고 말씀해주실 때 힘이 납니다. 또, 새롭게 개발한 빵에 호평이 나올 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손님에게 좋은 평가를 들을 때 가게를 운영할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으실까요?

산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빵을 만들고 싶네요. 종류도 10가지 정도로 간소화하고요. 빵이 다 팔리면 그날은 쉴 거예요.(웃음)

라듀레는 어떤 빵집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손님이 “최선을 다하는 빵집”이라고 말씀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글 | '작은가게 오래가게' 대학생 서포터즈 가게지기 1기 류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