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
전정환
21.03.19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
최근 오디오 채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클럽하우스(clubhouse)'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로컬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의 경계와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주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곤 한다. 한자리에 모여 라디오 방송 패널들처럼 대화를 나누거나 청취자처럼 듣다 보면,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회가 있으며,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대화방이 열려 있어서 청중으로 들어갔다. 지방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경남의 한 작은 도시에 정착해 살고 있는 청년은 자신이 미국에서 유학했을 때 느꼈던 한국의 위상을 얘기하며,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이 된 한국이 더 나아가 서울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나주혁신도시에 살고 있는 다른 청년은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으로 청년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부분을 말했고, 부산 토박이 청년은 서울에서 문화자본을 갖춘 청년들이 밀려오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는 동시에 두려움을 내비췄다. 고향으로 리턴한 대구의 디자이너는 경쟁과 자극이 큰 서울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서울에 비해 지원사업을 받기 쉬운 지방이어서 좋은 점도 많지만 조금씩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고, 지방 도시들도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그들의 현실은 아직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을 통해서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지방 도시들은 청년들의 노력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돕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2월 13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0 로컬 브랜딩 스쿨> 노하우 공개를 주제로 클럽하우스 방을 개설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후반부 청중들을 스피커로 올려서 질문을 받았는데, 이때 제주로 이주를 꿈꾸는 청년들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2020 로컬 브랜딩 스쿨 클럽하우스
그중 대전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한 청년은 '노잼' 도시인 대전의 고민을 얘기했다. 그는 제주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하나 만들려고 준비 중인데 대전에 있는 공간도 유지하면서 둘 사이의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했다.
다른 지방 도시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선진지는 서울이 아닌 제주다. 사실 제주의 라이프스타일은 2010년 무렵부터 서울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가 제주 이주 열풍과 함께 제주에 유입되면서 문화, 역사, 자연, 사람이 융합되어 성장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전을 사랑하는 청년이 제주에 거점을 마련하고 두 도시의 접점(연결성)을 통해 지역 청년들간의 교류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그 청년에게 가능하면 제주 원도심에 거점을 두기를 권했다. 제주의 문화가 있고, 공항이 가까워서 이동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제주시 용담동에 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청년은 제주로 이주해서 농촌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역민들이 어떻게 하면 이주민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제주에는 '괸당 문화'로 불리는 지역민들끼리의 공동체 문화가 있는데, 이것이 이주민에게는 지역에 동화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다른 지방들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해녀의부엌
제주의 동쪽 해안가 마을 종달리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는 그 마을 출신 청년으로 고향에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해녀의부엌 이야기 보러가기) 인근 마을인 세화리의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는 1987년에 시골 목회를 하러 제주로 온 부모님을 따라 이주했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후 과테말라에 살다가 다시 제주로 리턴하여 창업을 했다. (카카오패밀리 이야기 보러가기) 이들이 가진 마을에서의 사회적 자본은 1, 2년 안에 쌓인 것이 아니다.
제주의 남쪽 해안가 사계리의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의 고선영 대표는 작가이자 매거진 업계에서 일해왔는데. 원격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그녀는 제주의 콘텐츠를 활용해 매거진 <iiin(인)>을 계간지로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재주상회 이야기 보러가기)
제주에 이주해서 지역민들과 함께 연결되고 공감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다. 지역민을 변화시키려 하기에 앞서, 스스로 지역민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래 그 지역 사람이 아닌 이주민이라면 이 과정은 최소 3~5년은 걸리는 일일 것이다. 지역민과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과정 동안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카카오패밀리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의 기준을 생각할 때, 지역민과 이주민, 그리고 다양한 세대를 연결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자, 매개자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패밀리, 해녀의부엌, 재주상회 같은 곳이 그런 곳이다. 요즘은 마을 곳곳에 많이 생겨난 책방들이 이런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강릉의 더웨이브컴퍼니, 공주의 퍼즐랩과 같이 마을의 다양한 창의적인 사업가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기업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그들에게 힘을 보탠다면 좋을 것이다.
카카오패밀리의 커뮤니티 공간 '카밀라의 식탁'
그래서 이주를 계획하기에 앞서 '그곳에 누가 있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들이 없는 지역으로 남들보다 먼저 이주하는 것은 큰 용기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남다른 개척자 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역으로 이주하여 정착한다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도심이 아닌 시골 마을로 간다는 것은 그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과정의 시간을 살아낼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자본이 필수다.
타 지역으로 이주를 꿈꾸고 있다면,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지역에 커뮤니티 조성자 역할을 하는 개척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가면 좋을 것이다. 물론 그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스스로가 다른 이들의 정착을 돕는 이가 되어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함께, 긴 시간에 걸쳐 할 수 있는 일이다.
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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